통방문에서 빠진 문장이 국고채 커브를 뒤집었다
한은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3.00%로 올렸다. 같은 날 국고채 2년물은 7.3bp, 20년물은 7.4bp 내렸다.
한국은행은 8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올렸다. 같은 날 국고채는 전 만기에서 내렸다. 이 글은 이미 적힌 3년·10년 종가보다, 통방문에서 빠진 문장과 커브의 모양을 본다.
1. 직후와 종가가 달랐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를 인용한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금통위 직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약 8bp 급등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원래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는 재료다. 그날 오전은 그 공식대로 움직였다.
종가는 반대였다. 3년물은 전일보다 6.1bp 낮은 연 3.755%로 마감했다. 직후의 +8bp가 종가에는 남지 않았다. 방향이 바뀐 시점은 통화정책방향문과 기자회견이 나온 뒤다. 인상 자체보다 그다음 문장을 시장이 가격에 넣었다.
국내 투자자에게 8월 27일 국고채 종가는 '한은이 올렸다'의 가격이 아니다. '한은이 어떻게 말했는가'의 가격이다. 황건일 위원의 2.75% 동결 소수의견도 같은 날 나왔다. 표결이 갈린 자리에서 통방문이 기조 문구를 뺀 것이므로, 만장일치 인상으로 읽으면 의결문의 결이 지워진다.
2. 빠진 한 줄
한은은 이번 통방문에서 기존의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는 문구를 삭제했다. 대신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을 점검하며 '추가 인상의 시기와 속도'를 결정하겠다고 썼다. 파이낸셜뉴스가 의결문 표현을 이렇게 전했다.
빠진 것은 '더 올린다'가 아니다. 기조를 이어간다는 문장이다. 남은 것은 시기와 속도다. 같은 날 공개된 6개월 점도표 중간값 3.25%는 이미 다른 글이 다뤘다. 이 글은 그 표를 다시 펼치지 않는다. 채권이 반응한 것은 표의 한가운데보다, 통방문에서 기조 문구가 빠진 자리였다.
신현송 총재는 연속 인상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지 않기 위한 조치'로 설명했다. 물가가 번진 뒤 크게 올리기보다 선제적으로 대응해 비용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두 차례 연속 인상 뒤에는 실물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기자회견이 비둘기파적으로 받아들여지며 약세가 강세로 바뀌었다고 했다. 박준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그날 반응을 '인상에는 놀라고 선제적에는 안심했다'고 적었다.
성장 전망을 올해 3.3%, 내년 2.9%로 올린 사실은 이미 다른 글이 다뤘다. 여기서는 한 줄만 남긴다. 경기 판단을 올려 놓고 통방문에서는 기조 문구를 뺀 조합이, 채권이 속도만 가격에 넣은 배경이다.
3. 내린 만기가 가리킨 곳
같은 날 국고채는 전 구간이 내렸다. 1년물은 1.4bp, 2년물은 7.3bp, 5년물은 5.9bp, 20년물은 7.4bp 하락했다. 짧은 만기는 거의 안 움직였고, 2년과 20년이 가장 많이 내렸다.
3년 3.755%와 10년 4.238%는 이미 다른 글이 같은 날 숫자로 썼다. 여기서는 한 줄로만 적는다. 새로 보는 축은 그 두 만기가 아니라, 1년과 2년·20년의 간격이다. 기준금리를 올린 날 초단기만 버티고 커브 중간과 긴 쪽이 같이 내려온 모양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 하락을 추세 전환이 아니라 속도 조절로 보고, 연말 국고채 3년물 전망 3.90%를 유지했다. KB증권은 11월 한 차례 더 올려 3.25%에 도달한 뒤 추가 인상 가능성이 낮아진다고 봤다. 하나증권과 키움증권은 최종 기준금리 전망을 3.50%로 둔다. 채권 종가가 가리킨 속도와, 증권가가 남겨 둔 종착지는 아직 한 줄이 아니다. 3.25%에서 멈추느냐 3.50%까지 가느냐는 다음 통방문의 문장에 달려 있다.
국내 채권형 펀드와 국고채 ETF 보유자에게 이날 평가손익은 인상 공식이 아니라 통방문 문장에서 났다. 주식 할인율은 기준금리가 아니라 긴 국고채를 따라간다. 20년물이 7.4bp 내린 날은, 성장주 할인율이 한은의 25bp와 반대로 움직인 날이다.
정리
한은은 금리를 올렸다. 국고채는 전 구간 내렸다. 직후 +8bp는 종가에 남지 않았고, 통방문에서 기조 문구가 빠진 뒤에 커브가 뒤집혔다. 확인할 것은 다음 통방문에 '시기와 속도'만 남는지, '기조'가 돌아오는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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